컴퓨터 전원을 꺼도 시간이 유지되는 이유

컴퓨터 전원을 꺼도 시간이 유지되는 이유 컴퓨터를 완전히 종료한 뒤 며칠 후 다시 켜도 화면 오른쪽 아래의 날짜와 시간은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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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전원을 꺼도 시간이 유지되는 이유

컴퓨터를 완전히 종료한 뒤 며칠 후 다시 켜도 화면 오른쪽 아래의 날짜와 시간은 대부분 정확하게 표시된다. 전원이 꺼져 있는 동안에는 CPU도 작동하지 않고 운영체제도 멈춰 있는데, 컴퓨터는 어떻게 현재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 비밀은 메인보드에 있는 RTC와 작은 배터리에 있다.

RTC는 Real-Time Clock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실시간 시계라고 부른다. 이 부품은 컴퓨터가 켜져 있을 때뿐만 아니라 전원이 꺼져 있을 때도 시간을 계속 계산한다. 일반 시계가 초, 분, 시간을 계속 세는 것처럼 RTC도 일정한 주기로 시간을 증가시키면서 현재 날짜와 시간을 유지한다. 컴퓨터의 운영체제는 부팅 과정에서 RTC에 저장된 시간을 읽어 기본 시간을 설정한다.

하지만 컴퓨터의 전원 코드를 뽑으면 메인보드에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 이때 RTC를 계속 작동시키는 것이 메인보드에 장착된 작은 동전 모양의 배터리다. 데스크톱 컴퓨터에서는 보통 CR2032라는 3V 리튬 배터리가 많이 사용된다. 손목시계나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비슷한 모습이며 소비 전력이 매우 적은 RTC에 전원을 공급하기 때문에 여러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 배터리는 시간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의 BIOS 또는 UEFI 설정 중 일부를 유지하는 데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부팅 장치 순서나 하드웨어 관련 기본 설정이 저장되어 있다가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면 초기화될 수 있다. 그래서 오래된 컴퓨터를 켰을 때 날짜가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 있거나 BIOS 설정이 초기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메인보드 배터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 시간은 항상 RTC만으로 정확하게 유지될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RTC도 일반 시계와 마찬가지로 아주 조금씩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수정 발진자의 특성이나 온도 변화 때문에 하루에 아주 작은 차이가 생기고, 이 오차가 오랫동안 누적되면 몇 초 또는 몇 분 정도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의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면 시간 서버와 자동으로 시간을 맞춘다. 대표적으로 NTP라는 네트워크 시간 동기화 기술이 사용된다. 윈도우나 macOS 같은 운영체제는 일정한 간격으로 인터넷의 시간 서버와 통신하여 컴퓨터 시계가 실제 시간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확인하고 자동으로 보정한다. 즉 컴퓨터 시간은 RTC가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인터넷 시간 서버가 다시 정확하게 맞춰 주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쉽다.

전원을 껐는데도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컴퓨터가 꺼져 있는 동안 운영체제가 계속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메인보드의 RTC가 작은 배터리의 전력을 이용해 독립적으로 시간을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컴퓨터를 켜면 운영체제가 RTC의 값을 읽고 현재 시간을 표시한다.

메인보드 배터리가 약해지면 몇 가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컴퓨터를 켤 때마다 날짜와 시간이 초기화되거나, BIOS 설정이 자꾸 기본값으로 돌아가거나, 부팅 과정에서 CMOS 관련 경고 메시지가 표시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배터리를 교체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CR2032 배터리는 비교적 저렴하고 교체 방법도 간단하지만 노트북은 기종에 따라 분해 과정이 복잡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처럼 내부 배터리가 항상 연결되어 있는 기기에서는 전원 관리 방식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기기가 꺼져 있더라도 시간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저전력 회로나 보조 전원이 존재한다. 그리고 기기를 다시 켜 인터넷에 연결하면 통신망이나 시간 서버를 통해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보정한다.

RTC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CMOS다. 예전 PC에서는 BIOS 설정 정보를 CMOS 메모리에 저장하고 배터리로 유지했기 때문에 메인보드의 동전형 배터리를 흔히 CMOS 배터리라고 불렀다. 현재의 UEFI 기반 시스템은 설정 정보를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하는 경우가 많아 배터리가 빠져도 모든 정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RTC를 비롯한 일부 상태 유지에는 여전히 배터리가 중요하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RTC가 반드시 사용자가 보는 지역 시간을 그대로 저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운영체제에 따라 UTC를 기준으로 저장하거나 지역 시간을 기준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윈도우와 리눅스를 한 컴퓨터에 함께 설치한 듀얼부팅 환경에서는 두 운영체제의 시간 처리 방식이 달라 부팅할 때마다 시간이 몇 시간씩 어긋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 RTC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운영체제의 시간 기준 설정 차이가 원인일 수 있다.

결국 컴퓨터가 전원을 꺼도 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신기한 기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다. 메인보드의 RTC가 시간을 계속 계산하고, 작은 배터리가 RTC에 최소한의 전력을 공급하며, 운영체제가 인터넷 시간 서버를 이용해 오차를 보정한다. 우리가 컴퓨터를 켤 때마다 별도로 시계를 맞추지 않아도 정확한 시간이 표시되는 것은 이 세 가지 기능이 서로 역할을 나누어 작동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전원이 꺼졌다고 모든 기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주 적은 전력만 사용하는 회로가 조용히 시간을 이어 가고 있다. 작은 동전 하나만 한 배터리가 컴퓨터의 시간과 기본 설정을 수년 동안 지켜 준다는 점은 컴퓨터 내부 구조에서 가장 작지만 흥미로운 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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